5/22/2008

From G.

전한울.

긴 팔다리에 사춘기성 여드름 피부, 키도 훤칠하게 큰 이 여자는 말이 참 많아.
항상 무엇이든 웃고 떠들고 바라보고 뛰어넘고 노는것으로 무엇이든 잊고 없애려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같은 감성으로 예술 작품을 바라보는 자세, 그것만으로도 명확해진다.
이 여자는 소위 자기말대로 컨츄리 걸인, 그래서 정면으로의 홀로서기가 미숙한 여자'아이'인 것이다.
건초 냄새가 풀풀 풍겨져 나오는 풋사과 같은 빨간머리 앤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 여자를 주제로 놓아야 한다면 역시나 화두는 절제할 수 없는 사춘기의 외로움병이겠다.
그리하여 소녀는 습관처럼 항상 먼저 남에게 마음을 내주고, 돌돌돌 말려있는 담배같이 그들의 라이터불을 기어코 당겨내고저 한다. 혹여 스무살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그러다 끝까지 타오르기도 전에 바닥에 분질러 꺼진 자신의 처지를 보고 한스러워 하는 특이한 연애타입이기도 한데. 진정한 흡연가들은 1mg 으로 만족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건지.
소녀여ㅡ 이건, 속성의 타입이기 때문에 노하우로 가능한 일이 아닌 것인데 너는 어찌 그렇게 매캐한 연애만을 원하는가.라고 말하면 이 여자는 참으로 맹한 그리고 우유부단한 표정을 짓는것이다.
나는 무엇이든 명확치 않은 것은 좋아하지 않고, 어린 아이의 성장판타지는 더욱 지지하지 않기에 별 수 없이 이마를 짚고 미간을 찡그리지만.
아 뭐 정말 별수 없는. 이 여자의 1mg짜리 속성이랄까.

하지만 소녀에게 위로를 받는 모든 이들은 으레 알고 있듯, 무지함을 넘어선 순수함에 누구든 마음을 놓게 된다.
너의 친구인 나 역시 마찬가지란다.
조금도 계산하려하지 않고 남을 해하려하지 않고 미워하려하지 않는 마음에 항상 아이같은 너를 아낀다는 것을.
그 마음에 상처투성이인 어느 순간의 나도 누군가도 편히 웃을수 있다는 걸.
이 여자의 주변인들 모두 알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기에 가슴골이 깊게 파인 옷을 골라입고, 클럽 남자들 사이의 부비부비를 즐기는 너의 미묘하고도 멍청한 순수를 걱정하고 지지한다.
섹스를 즐길 순 있겠지만 마음의 터부를 드러내놓고 즐기기에는 아직 어린 너를.
여기에서 항상.
그런 마음을 가진채 웃는 순수 무지한 너의 앞으로를.

2007년 여름

남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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